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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질환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복합적인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맞물려 나타나는 건강 문제다. 특히 혈관기능 저하, 만성 염증 상태, 그리고 유전적 소인 세 가지는 많은 질병의 공통적인 기저 원인으로 작용한다. 본 글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이 세 가지 요인이 어떻게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하고, 예방법까지 함께 살펴본다.

    염증 억제에 효과적 연어구이
    염증 억제에 효과적 연어구이

    혈관기능 저하: 만성질환의 출발점

    혈관은 산소와 영양소를 온몸에 전달하고, 노폐물을 회수하는 중요한 통로다. 그러나 혈관이 탄력을 잃고 기능이 떨어지면 다양한 만성질환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이다. 혈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는 혈관 확장, 염증 조절, 혈전 형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고혈압, 고지방 식이, 흡연, 비활동 등이 이 내피세포 기능을 저하시킨다. 2022년 KAERS(한국동맥경화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이상의 성인 67%가 내피세포 기능 이상을 보이며, 이는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의 주요 예측인자로 작용한다. 내피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곧 혈관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 내과 연구팀은 12주간의 유산소 운동 프로그램이 혈관 확장능력(FMD)을 5% 이상 향상하고, 혈관 염증지표인 hs-CRP 수치를 평균 1.2mg/L 감소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운동의 효과를 넘어, 혈관이 실제로 회복 가능한 조직임을 보여준다. 혈관의 탄성 유지에는 항산화물질 섭취도 중요한데, 블루베리·토마토·녹차 등에 포함된 플라보노이드는 활성산소를 줄이고 산화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 만성질환은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혈관의 미세한 기능 저하가 누적되어 병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교정이 근본적인 예방책이다.

    만성 염증: 조용한 파괴자

    급성 염증은 감염이나 상처 치유 과정에서 유익하지만, 만성 염증은 그렇지 않다. 조용히, 장기간 몸속 조직을 공격하며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이 상태를 ‘저등급 만성염증(low-grade chronic inflammation)’이라고 부른다. 이 염증은 당뇨, 비만, 심장병, 암 등 수많은 만성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2021년 네이처 리뷰 면역학 저널에 실린 리뷰 논문은 만성 염증이 대사 경로를 교란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며, 세포 노화를 가속화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등)은 지방세포에서 과도하게 분비되어 전신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심혈관 기능까지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대부분 생활습관과 직결된다. 가공식품 중심의 식사, 운동 부족, 수면장애, 흡연과 음주는 모두 염증 반응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항염증 식단을 통해 염증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올리브오일, 연어, 강황, 마늘, 아보카도 등은 염증 억제에 효과적이다. 2023년 국내 K-DIET 연구에서는 6개월간 항염증 식단을 따른 군이 hs-CRP 수치를 평균 1.8mg/L 낮추었으며, 이 수치는 대조군보다 2배 이상 빠른 개선 속도였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도 장 내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류코노스톡, 락토바실루스 같은 유산균은 장 내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 조절 작용을 한다. 결론적으로, 만성 염증은 느리지만 강력한 만성질환의 유발 인자로,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상당 부분 조절 가능하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만성질환 원인 총정리, 유전적 요인: 나쁜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유전적 요소는 만성질환 발생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자녀의 당뇨 발생 위험은 2~3배 높아진다. 그러나 유전자는 발병 확률을 높일 뿐, 확정된 미래는 아니다. 특히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발전은 생활환경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라도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등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FTO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로, 특정 SNP(단일염기다형성)를 가진 사람은 체지방이 쉽게 증가한다. 그러나 2020년 영국 캠브리지대 연구에서는 FTO 보유자라도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은 비보유자와 동일한 BMI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예로, 2022년 국내 경희대 유전체연구소는 ‘APOE4’ 유전형이 심혈관질환과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고 보고했지만, 식물성 오메가-3 섭취가 그 영향을 37%까지 낮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유전적 위험을 알고 있더라도, 개인의 노력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얼마든지 발병을 줄이거나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로 개인의 건강 리스크를 사전에 확인하고, 맞춤형 식단 및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염분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DASH 식단을 강화하고, 혈당 반응이 민감한 사람은 저당 식사를 우선해야 한다. 유전은 운명이 아니며, 정보를 활용하면 강력한 예방 도구가 된다.

    마무리

    만성질환은 단일 원인이 아닌, 혈관기능 저하, 만성 염증, 유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은 조기에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조정함으로써 상당 부분 예방 가능하다. 정확한 정보와 실천이 곧 최고의 백신이다. 오늘부터 나의 혈관, 면역, 유전정보를 살펴보고 건강 루틴을 설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