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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도시가 있지만, 단 하나의 장소에서 역사, 바다, 고대유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몰타는 유럽 소도시 여행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나라입니다.
몰타는 작은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7,000년의 시간을 간직한 문명, 눈이 시리도록 맑은 지중해, 신비롭고 경이로운 고대 유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 바다, 고대유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몰타의 깊은 매력을 탐험하며,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진정한 ‘경험’의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 몰타를 추천하는 이유를 공유합니다.
유럽 소도시 몰타, 역사 - 수천 년의 시간이 녹아든 골목길
몰타의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걸어보는 것입니다. 몰타는 크지 않지만 도시 하나하나가 하나의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체험을 제공합니다.
발레타(Valletta)는 몰타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입니다. 16세기 몰타 기사단이 세운 이 도시는 지금도 당시의 성벽, 궁전, 성당, 병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특히 도시 전체가 직선과 격자로 이루어진 계획도시라는 점에서, 중세와 근대가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명소인 세인트 존 공동 대성당은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금장으로 가득한 바로크 양식의 정수입니다. 내부에는 카라바조(Caravaggio)의 ‘세례 요한의 참수’ 원화가 전시되어 있으며, 몰타의 종교와 예술, 권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로 평가받습니다.
엠디나(Mdina)는 중세의 몰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고요한 도시(Silent City)’라 불리는 이곳은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고, 석조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조용한 산책과 사색에 매우 적합합니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은 이곳만의 묘한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몰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으며, 영국군의 전략적 거점이었습니다. 당시의 전쟁 유산은 국립전쟁박물관, 라슬로카(Lascaris War Rooms) 등의 장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단순히 고대에 머물지 않고 현대사까지 포괄하는 깊은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바다 - 몰타의 푸른 생명선, 지중해를 품다
몰타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몰타인들의 삶, 문화, 역사와 맞닿아 있는 공간입니다.
몰타는 본섬 외에도 고조(Gozo), 코미노(Comino) 등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섬은 각각 고유의 해양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코미노의 블루 라군(Blue Lagoon)은 몰타를 대표하는 절경으로, 하늘빛과 바닷빛이 맞닿아 만들어내는 청록의 색감은 말 그대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블루 라군은 스노클링이나 해수욕을 즐기기에 완벽하며, 투명한 수질 덕분에 물속 생태계까지 또렷이 보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몰타의 해안 마을 중에서는 마르사슐록(Marsaxlokk)이 단연 인상적입니다. 이곳은 몰타 전통 배인 루주(Luzzu)의 항구로 유명하며, 배 앞부분에 그려진 ‘호루스의 눈(Eye of Horus)’은 고대부터 이어진 행운과 보호의 상징입니다. 마르사슐록 일요시장에서는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으며, 여유로운 바닷가 식사와 함께 현지의 일상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슬리마(Sliema)와 세인트 줄리안스(St. Julian’s)는 현대적인 리조트 도시의 면모도 보여주는 곳입니다. 슬리마는 해안 산책로와 쇼핑몰, 마리나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세인트 줄리안스는 밤에는 바와 클럽으로 활기를 띠며 낮에는 고요한 해변으로 변모하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또한 몰타는 유럽 다이버들 사이에서도 ‘꿈의 다이빙 장소’로 손에 꼽힙니다. 난파선 다이빙, 수중 동굴 탐험, 수심 깊은 절벽 다이빙 등 다양한 해저 환경이 펼쳐져 있으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덕분에 입문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고대유적 - 유럽 문명의 기원을 품은 땅
몰타는 단순한 유럽의 작은 섬나라가 아닙니다. 이곳에는 인류 최초 문명 중 하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그 유적의 스케일과 역사적 가치는 세계적인 학술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몰타에는 약 30개 이상의 선사시대 유적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지간티야(Ggantija) 신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몰타 북서쪽의 고조섬에 위치한 이 유적은 기원전 3600년경에 세워졌으며, ‘거인(Giant)’이라는 이름처럼 거대한 석재를 단순한 도구로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고대인들의 지혜와 신앙심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한 하가르 킴(Hagar Qim)과 음나이드라(Mnajdra)는 본섬 남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선사시대 신전으로, 하지(夏至)와 동지(冬至)에 태양광이 특정 돌 사이로 비추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고대 몰타인의 천문학 지식에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타르신 신전(Tarxien Temples)은 동물 조각과 상징문양들이 비교적 잘 보존된 유적으로, 종교와 예술이 융합된 당시 몰타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이와 같은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몰타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몰타의 고대유적은 단순히 관람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류가 문명을 만들고 지키며 계승해 온 그 과정의 흔적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입니다.
결론: 몰타는 작은 도시가 아닌, 깊은 우주다
몰타는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는 유럽에서 작디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 공간, 문화의 밀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고대 문명에서부터 중세 기사단의 흔적, 지중해의 생명력, 그리고 선사시대의 미스터리까지. 몰타는 그 어느 유럽 도시보다도 진하고 농도 깊은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입니다.
지금도 많은 여행자들이 유럽의 대도시들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진짜 유럽의 본질은 어쩌면 이런 소도시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작지만 풍부한 이야기를 품은 이곳, 몰타.
휴식과 사색, 탐험과 발견이 모두 가능한 나라.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이 몰타에서 시작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당신 삶에 오래 남을 ‘깊은 인상’이 될 것입니다.